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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의 관점에서 설계된 도시 비인간 사용자 경험 디자인

by esero1 2025. 8. 1.

거미의 감각과 행동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도시를 재해석하는 ‘비인간 사용자 경험 디자인(UXD)’을 소개합니다. 거미의 시점에서 본 도시는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거미의 관점에서 설계된 도시 비인간 사용자 경험 디자인
거미의 관점에서 설계된 도시 비인간 사용자 경험 디자인

 

거미의 도시 체험: 비인간 존재의 사용자 경험이란 무엇인가?

오늘날의 도시 설계는 철저히 인간 중심의 관점에서 진행되어 왔다. 그러나 도시 생태계는 인간만의 것이 아니다. 건물의 틈, 도심의 나무, 가로등 아래의 그늘 속에서 살아가는 거미는 도시를 또 다른 방식으로 체험한다. 우리는 ‘거미의 시점’을 통해 비인간 존재의 감각과 욕구를 이해함으로써, 도시가 단순히 인간을 위한 구조물이 아니라 다종 생명체가 공존하는 생태적 공간임을 인식하게 된다. 거미는 시각보다 진동과 촉각에 의존하며, 어두운 틈새와 안정적인 구조물, 미세한 바람의 흐름을 공간의 질로 체험한다. 인간이 “보기 좋은” 도시를 만든다면, 거미는 “진동이 안정적인” 도시를 선호한다. 이러한 감각 체계의 차이는 곧 사용자 경험(UX)의 개념을 근본부터 확장시킨다. 비인간 UX 디자인이란 단순히 동물 친화적인 도시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인간 이외의 생명체가 세계를 어떻게 인지하고 상호작용하는지를 진지하게 설계 변수로 받아들이는 시도다. 거미는 공간의 시각적 구조보다 기하학적 긴장도, 공기 흐름, 미세한 소리의 반향에 반응하며, 이들의 도시 체험은 현재의 도시 설계 패러다임에 도전장을 던진다. 인간의 기준으로 쓰레기통 옆은 더럽지만, 거미에게는 음식 자원이 풍부한 서식처일 수 있다. 즉, 우리가 혐오하거나 무시한 공간일수록 거미에게는 오히려 핵심 인프라일 수 있다. 이와 같이 비인간 존재의 도시 체험은 인간의 시각을 넘어선 도시 해석을 가능케 하며, UX라는 개념이 인간 중심 기술이 아닌 전 지구 생명체를 위한 공공 인프라로 진화할 수 있는 방향성을 제시한다.

 

거미줄이 말해주는 도시의 구조: 감각 기반 공간 인식의 해석

거미는 도시에 대해 지도를 그리지 않는다. 대신 거미는 자신의 거미줄 자체를 도시의 연장선으로 사용한다. 거미줄은 단순한 사냥 도구가 아니라, 진동과 공기 흐름, 적의 접근을 감지하는 입체적인 감각 플랫폼이다. 이것은 마치 인간이 손끝이나 눈으로 세상을 인식하듯, 거미가 거미줄로 주변 환경을 ‘만져보는’ 방식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도시의 기류, 벽면의 재질, 온도 변화, 구조적 진동은 거미줄을 통해 그대로 거미의 감각계로 전달된다. 우리가 만든 도심 속 교량, 환풍구, 계단 밑, 철제 기둥 등은 거미에게 완전히 다른 ‘촉각적 풍경’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금속으로 된 난간은 온도 변화가 크고 진동이 잘 전달되어 경계 공간으로 인식된다. 반면, 나무 벽면은 미세한 진동을 걸러주는 특성 덕분에 안정적인 서식처로 간주된다. 이처럼 거미의 관점에서 ‘도시의 품질’은 시각이 아니라, 진동과 구조적 연결성으로 평가된다. 만약 도시 설계에 이러한 거미적 감각체계를 반영한다면, 건물의 골조부터 거미 서식에 적합한 구조를 반영하거나, 조명과 공기 순환 경로까지 생물 친화적으로 재구성할 수 있다. 이는 단지 거미의 편의를 위한 것이 아니라, 곤충 군집을 포함한 미세 생태계 전체가 안정적으로 기능하도록 돕는다. 또한 이러한 데이터는 도시의 ‘무인 감지 센서’ 역할도 가능하다. 거미가 자발적으로 선호하는 공간을 파악하면, 해충 흐름, 공기질, 도시의 미세 진동 상태를 해석하는 새로운 생태적 지도 제작도 가능하다. 거미줄은 곧 ‘살아있는 도시 센서’가 되는 셈이다.

 

비인간 중심의 도시 네트워크 설계 가능성

우리는 도시를 자동차와 사람의 흐름에 최적화된 네트워크로 설계해왔다. 그러나 거미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도시의 연결성과 흐름을 체험한다. 거미는 중심성과 효율성보다, 은폐성, 안정성, 그리고 진동 패턴의 분산을 중시한다. 이 점에서 거미는 ‘안전한 우회로’와 ‘서식 기반 거점’을 중심으로 도시를 인식한다. 인간이 빠른 이동과 가시성 중심의 구조를 원한다면, 거미는 불규칙하고 복잡한, 그러나 상대적으로 고요하고 위협이 적은 동선을 따른다. 예를 들어, 고층 건물의 벽면과 벽 사이 틈, 쓰레기통 뒤, 환기 덕트 위의 철재 공간 등은 거미에게 연결된 생존 루트가 된다. 이것은 일종의 거미 도시 네트워크라 할 수 있으며, 우리가 평소 눈여겨보지 않는 구조물 사이에 존재하는 마이크로 경로들의 결합이다. 이러한 미시적 경로는 전통적인 도시 네트워크 이론에서 배제되어 왔지만, 도시 생물 다양성 관점에서는 필수적인 인프라다. 나아가 도시 설계에 이 비인간 네트워크 개념을 적용하면, **비인간 중심 생물 연결도(Map of Nonhuman Urban Networks)**를 구축할 수 있다. 거미의 생존 루트와 서식지를 중심으로 도시를 다시 설계하면, 단순한 생물 보존을 넘어서 도시의 재난 회복력, 통풍 구조, 미세 진동 대응성을 향상시키는 새로운 도시 모델이 가능해진다. 거미는 유동성과 정착 사이를 오가며, 공간을 탐색하고 거점을 구축한다. 이것은 인간 중심 네트워크 설계의 새로운 영감을 제공한다. 예컨대, 도시 인프라를 생물-비생물 간의 접촉 가능성에 따라 최적화하는 생태지향 알고리즘 설계도 가능해진다. 거미는 도시의 미세한 틈새에서, 우리가 놓친 새로운 질서를 직조하고 있다.

 

 

생태적 도시를 위한 디자인의 전환점: 거미의 메시지를 듣다

비인간 존재의 도시 체험을 UX 설계에 반영한다는 것은 단순한 생물친화적 디자인을 넘어서, 디자인 패러다임 자체의 전환을 요구한다. 도시를 인간 중심의 질서로 정의할 것이 아니라, 다양한 생명체가 각자의 방식으로 해석하고 사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여겨야 한다. 이때 거미는 단지 연구 대상이 아닌, 도시 설계의 공동 사용자로서 인정받을 수 있다. 그들의 거미줄은 도시의 진동 지도를 기록하고, 그들의 경로는 무시된 공간들의 생태적 가치를 증명한다. 예컨대, 폐건물이나 오래된 공원의 구석진 틈에 자리 잡은 거미 군락은 종종 도시 회복력의 실질적인 지표로 작용한다. 이 공간들이 유지될 수 있도록 도시 설계가 작동한다면, 거미뿐만 아니라 이와 얽힌 생물 전체가 함께 보존된다. 비인간 UX는 인간에게도 이득을 줄 수 있다. 거미가 선호하는 구조물은 대체로 진동 안정성, 기류 차단, 온도 유지에 뛰어난 공간이기 때문이다. 이는 에너지 효율적인 구조 설계로도 이어진다. 거미를 배제하지 않고 함께 고려하는 설계는 결국 모든 생명체에 유리한 도시 설계로 귀결된다. 거미의 시점에서 도시를 다시 바라보는 일은, 인간과 비인간의 공존을 위한 새로운 감각의 틀을 여는 행위다. 이는 기술, 건축, 생태학, 그리고 윤리가 교차하는 지점에서만 가능하며, 도시를 다시 ‘살아있는 유기체’로 이해하려는 시도다. 거미는 우리에게 조용히 말하고 있다. “당신의 도시는 당신만의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