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줄 진동의 리듬과 도시 소음을 결합한 공공 사운드 아트 프로젝트는 비인간 생명체의 감각을 통해 도시를 재해석하는 시도입니다. 생태 감수성과 도시 감각을 융합한 이 실험은 예술, 기술, 생물학의 경계를 허무는 새로운 공생형 공공 예술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거미줄은 어떻게 '소리'가 되는가: 생물 진동을 예술로 번역하는 기술적 전환
거미는 시각보다 진동에 의존해 세상을 인식하는 동물이다. 인간이 주로 시각 정보를 통해 환경을 감지하는 것과 달리, 거미는 거미줄에 전달되는 미세한 진동을 해석함으로써 포식자와 먹이, 짝짓기 대상까지도 분별한다. 이러한 생물학적 특성은 최근 사운드 아트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다. 특히 거미줄을 단순한 구조물로 보지 않고, 진동-신호-언어의 매개체로 재해석하는 시도는 예술과 과학을 결합한 혁신적 실험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프로젝트의 기술적 핵심은 거미줄 진동을 측정하는 마이크로 센서 시스템에 있다. 초소형 레이저 간섭계, 가속도 센서, 고감도 마이크로폰 등이 거미줄에 부착되어, 미세한 떨림을 디지털 신호로 전환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단순히 진동의 주파수를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그 진동이 가지는 ‘리듬 구조’를 해석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포식자가 접근할 때와 교미 시 신호는 서로 다른 패턴을 갖는다. 연구자들은 이러한 리듬을 패턴 인식 알고리즘으로 분석해, 각각을 특정한 '사운드 모티프'로 전환한다. 이는 전통적 악보가 아닌, 생물 행동의 파형을 음악으로 번역하는 과정이다. 이러한 기술적 번역 과정은 AI 기반 음악 생성 시스템과도 연결된다. 예를 들어, 거미줄에서 발생하는 진동을 MIDI 데이터로 전환한 뒤, 해당 데이터를 뉴럴 네트워크 기반 사운드 신디사이저에 입력하면, 거미의 감각을 인간이 '듣고 이해할 수 있는 음악'으로 재구성할 수 있다. 이는 인간의 감각적 편향을 뛰어넘는, 비인간 감각을 예술로 수용하는 감각 혁명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기술적으로 더 진일보한 시도는 다중 거미줄 네트워크에서 발생하는 진동들을 실시간으로 캡처하고, 이를 도시의 다양한 환경 데이터—예: 공기 오염 수치, 교통량, 온습도—와 연동시켜 복합적으로 소리를 생성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시스템은 거미줄이 도시 생태의 ‘피부’가 되어, 실시간으로 감각하는 도시의 상태를 소리로 환원해주는 일종의 도시-생물 공동 인터페이스로 작동한다. 결국 이 프로젝트는 단순히 생물 데이터를 예술로 전환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인간 중심의 감각 세계에서 벗어나, 타자의 감각을 예술적 언어로 번역함으로써, 공공 공간을 다감각적이고 포용적인 생태 예술 공간으로 전환하는 실험이다. 거미줄은 더 이상 구석진 벽 틈의 잔재물이 아니라, 도시의 리듬을 해석하고 전송하는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도구인 것이다.
도시 소음과 거미 진동의 융합: 새로운 공공 공간의 '사운드 생태계'
도시 소음은 대개 부정적인 것으로 여겨진다. 차량 경적, 지하철 진동, 건설 현장의 타격음 등은 인간에게 스트레스를 유발하며, 생물들에게는 서식지를 위협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는 그런 도시 소음을 거미줄 진동과 융합하여, 소음의 의미를 재구성하는 예술적 전환을 시도한다. 인간과 거미라는 전혀 다른 두 존재의 감각 데이터를 연결함으로써, 도시 소리를 생태적 리듬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핵심 메커니즘은 거미줄 진동 데이터를 실시간 수집한 뒤, 이를 도시 소음 데이터와 알고리즘적으로 융합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도심의 소음 환경은 시간대별로 변화하는데, 출퇴근 시간의 소음 패턴과 심야의 정적은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이 시간적 리듬을 거미줄 진동 리듬과 겹쳐서 ‘공진 사운드’로 재편성하는 알고리즘은, 일종의 사운드 리믹서처럼 작동한다. 각각의 거미줄이 특정 시간대의 도시와 ‘감각적 연결’을 갖는 셈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구성된 사운드는 단순한 배경 음악이 아닌, 도시와 생물이 함께 만들어낸 ‘공공 리듬’이 된다. 이 리듬은 거리의 스피커나 설치 작품을 통해 재생되며, 사람들은 이를 도시 환경의 살아있는 생체 리듬처럼 경험하게 된다. 특히 이 사운드는 기존의 백색소음이나 기계적 사운드와는 다른 감성을 자극하는데, 거미줄의 리듬은 자연 상태에서 포착된 감각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청자의 뇌파나 심장 박동에 특정한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실제로 일부 설치에서는 거미줄 사운드가 불안감을 낮추고 명상 상태를 유도하는 데 긍정적인 효과를 보였다고 한다. 이 프로젝트는 공공 예술의 기능을 재정의한다. 일반적으로 공공 예술은 시각적 조형물에 치우쳐 있었지만, 이 실험은 비시각적 감각 공간, 특히 청각과 촉각을 중심으로 공공성을 재해석한다. 거리의 벤치 아래 설치된 스피커, 나무에 걸린 진동 재생 장치, 가로등에 연결된 생체센서 등은 시각이 아닌 청각적 경청을 통해 도시를 경험하게 만든다. 도시가 단순한 건축 구조가 아니라, 감각적 리듬을 가진 유기체처럼 다가오는 것이다. 이러한 사운드 생태계는 단지 새로운 감상 경험을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도시민의 스트레스 지수, 생물 다양성 데이터, 시간대별 소음지수 등과 연동되며, 도시 계획과도 통합될 수 있다. 예컨대 특정 지역에서 생물 감지 기반 사운드가 과도한 소음을 경고하면, 해당 지역은 ‘소음 완충 구역’으로 설정될 수 있다. 이렇게 공공 사운드 아트는 예술을 넘어, 도시 운영의 생물학적 피드백 시스템으로 기능할 가능성을 지닌다.
생물-기술-예술이 만나는 공공성: 새로운 도시 공생 모델의 비전
이 프로젝트의 진정한 가치는, 예술 작품 자체보다도 도시의 공공성을 재정의하려는 시도에 있다. 전통적으로 공공성은 사람들 사이의 관계, 커뮤니케이션, 공간의 개방성을 중심으로 논의되어 왔다. 그러나 비인간 생명체인 거미와의 감각적 연동을 통해 공공 예술을 설계한다는 것은, 기존의 인간 중심적 공공성 개념을 근본적으로 전환시키는 일이다. 거미줄은 도시에 널려 있는 가장 미시적이고 비가시적인 생물 구조다. 이러한 거미줄의 리듬을 채집하고, 도시 소음과 융합해 감각 예술로 재해석하는 일련의 과정은, 거미를 단순한 생물학적 객체가 아닌 도시의 공동 설계자로 간주하는 윤리적, 예술적 전환을 보여준다. 이것이 바로 생물-기술-예술 융합 프로젝트의 철학적 중심이다. 이런 방식의 프로젝트는 “비인간 사용자 경험 디자인”(Nonhuman UX Design) 개념과도 연결된다. 인간만을 위해 설계되던 도시 환경을, 생물들의 감각과 요구를 반영해 재조정한다는 관점이다. 이를 통해 도시의 공공 공간은 더 이상 인간만의 것이 아니라, 다양한 종(species)이 함께 감각하고 경험하는 *다종 공공 공간(multispecies commons)*으로 재구성된다. 실제 여러 도시에서 이와 유사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베를린, 암스테르담, 서울, 교토 등에서는 거미뿐 아니라 박쥐, 새, 개미 등 다양한 생물의 데이터를 활용한 사운드 아트 및 도시 디자인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생태학적 전환 도시(ecological transition city)의 핵심이 되며, ESG 도시 정책과도 직결된다. 예술가와 생태학자, 도시계획자, 공공기관이 협력해 운영하는 이 프로젝트는 단지 ‘작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도시 전체를 하나의 살아있는 생태계 예술로 전환하는 비전을 제시한다. 이 과정에서 거미는 소외된 생물이 아닌, 도시 감각 시스템의 한 축으로 기능하며, 인간과 비인간 사이의 경계를 허물어 새로운 감각적 공동체를 창출하는 매개체가 된다. 이러한 공공 사운드 아트는 애초에 사람들의 ‘주의’를 끌기 위한 것이 아니라, 경청을 유도하는 예술이다. 무언가를 보게 하는 것이 아니라, 감각을 다르게 열게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그 열림은, 도시를 다시 감각하고, 생물과 공존하며, 기술과 예술을 엮어내는 차세대 공공 공간의 모델로 이어진다.